예로부터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깊고 무거운 주제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장례 문화는 전통과 예절, 종교와 공동체 중심으로 유지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죽음’조차 디지털 기술과 함께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디지털 추모 플랫폼, 메타버스 장례식장 같은 기술이 실제로 장례문화에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그에 맞는 새로운 직업군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디지털 장례지도사(Digital Funeral Planner)입니다.
한국은 현재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매년 사망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장례 방식은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가족 구조는 핵가족화되었고, 장례 예식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도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장례문화의 디지털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전영상, AI 유언 제작, 메타버스 추모 공간 등 기술 기반 장례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령화와 기술 혁신이라는 두 흐름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켰습니다.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단순히 장례식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넘어서,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장례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수요가 더욱 확대될 AI 시대 유망직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례지도사란 어떤 일을 하는가?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전통 장례지도사의 업무 범위를 확장한 기술 기반 전문직입니다. 이 직업은 장례 절차를 총괄하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설계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추모영상 제작, 가상현실(VR) 장례식장 구성, 디지털 유품 관리, 생전 유언 콘텐츠 편집 및 저장, 온라인 추모 페이지 기획 등이 포함됩니다.
기존 장례지도사는 대부분 오프라인 중심의 장례절차 안내, 유족 응대, 매장 혹은 화장 관련 절차에 집중했다면,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그에 더해 기술을 통한 감정 전달과 경험 설계에 초점을 둡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고령으로 이동이 어려운 유족을 위해, 메타버스 기반 장례식 혹은 온라인 조문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업무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고인의 음성을 합성해 메시지를 남기거나, 생전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AI 유언장을 만드는 등의 콘텐츠 서비스도 포함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감정적 배려와 기술적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며,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바로 그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직무입니다.
왜 AI 시대 유망직업으로 주목받는가?
디지털 장례지도사가 유망한 이유는 매우 명확합니다. 우선 수요의 증가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사망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통적 장례 절차에 대한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느끼는 현대인들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기술 기반인 장례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의미 중심 장례’, ‘디지털 추억 보존’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이 직무는 단기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둘째, AI 기술이 장례문화 전반에 확산되며 기존 인력이 따라가기 어려운 복합적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 데이터 보존, 개인정보 보호, UX 설계 등 기술적 요소에 대한 이해와 함께, 죽음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기 위한 윤리의식과 감정 조절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이 복합성은 오히려 기계보다 인간 전문가의 개입 필요성을 더 높이며, 자동화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만들어냅니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등에서 디지털 장례 지원 사업이나, AI 기반 장례상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디지털 장례 서비스 운영자’로서의 수요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공공과 민간,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술과 감성의 중간에 있는 직무는 미래사회에 꼭 필요한 연결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죽음을 넘어 기억을 설계하는 새로운 전문가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단순히 새로운 장례 방식을 안내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기존의 수많은 장례지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고인의 삶을 마지막까지 아름답고 존엄하게 설계하고, 유족에게 의미 있는 추억을 제공하는 기억 설계자입니다. 고인을 편안한 마음으로 떠내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 있는 직업이 될것입니다. AI가 보조해 줄 수는 있지만, 인간의 감정과 문화, 기억과 연대감을 설계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몫입니다.
AI 시대의 많은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기술과 감정, 기억과 철학을 잇는 직업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특히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단순히 유망한 직업을 넘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이제 장례라는 분야에서도 기술은 필수가 되었고, 동시에 그 기술을 인간의 정서와 삶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기술을 도구로 삼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디지털 장례지도사는 당신에게 맞는 차세대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AI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등장할 다양한 유망직업을 분석하며, 삶의 의미를 지키는 직업을 함께 찾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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